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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입자 보증금 지켜드려요”‘주택임대차보호법’ 새 국면
부산 출신 직장인 김모(31) 씨는 지난 9월 송파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맺었다. 준공을 앞둔 오피스텔이어서 계약 시점엔 등기부등본이 없었다. 집주인은 김 씨에게 시행사와 분양계약서를 보여주며 “준공되면 바로 등기할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두달 뒤 문제가 발생했다. 김 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다. 새 세입자는 찾았는데 오피스텔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김 씨는 “보증금 못받을 걱정에 등기를 서둘러 달라고 했지만 ‘그럼 계약기간동안 살아라 나는 다른사람이랑 계약 못한다’는 식으로 집주인이 얘기해서 강하게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지금까지는 전ㆍ월세금 인상을 억제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임대인ㆍ임차인 갈등을 예방하거나 조정하는 측면으로 논의가 확장되는 것. 여전히 ‘갑을관계’로 인식되는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에서 양자의 의무와 권한을 명확히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현아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9월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임대보증금반환 보장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계약갱신 거절 통지기간을 2~6개월로 변경하며 ▷임대인이 주택의 소유권을 넘기면 이를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 의원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과잉공급에 따른 역전세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등록부’를 제안한 민홍철 의원의 개정안, 계약갱신 통지기간을 계약만료 3개월 전까지로 규정한 박병석 의원의 개정안도 눈길을 끈다. 이들 발의안은 공히 지금껏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서 쟁점이 됐던 대목(계약갱신청구권ㆍ전월세 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현재 주택 임대차 관계에서 흔히 불거지는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 보호장치가 취약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규정이 미비한 탓에 분쟁이 막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까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갈등만 일으켰던 건 국회가 단순히 임대료 낮추는데만 골몰했던 탓도 있다”고 지적하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는 건 바람직하다”고 했다.

20대 국회 들어서 발의된 주임법 개정안 18건 중 대다수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야당과 여당ㆍ정부의 입장차로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한 제도들이다.

다만 ‘여소야대’ 구조에 힘입어 지금 국회에선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는 여전히 반대입장이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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